국민대 80장면 002
왜 ‘국민’ 대학이라 했나
요약
10년이 훨씬 넘은 이야기이다. 당시 학보에서 한 학생이 본교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학교 이름을 바꾸어야 한다는 글을 읽은 기억이 있다. '국민체조', '국민복', '국민복권', '국민학교' 등 '국민'이라는 명칭이 너무 흔하고 값싼 느낌을 주니, 본교도 그런 이미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 주장의 골자다.
10년이 훨씬 넘은 이야기이다. 당시 학보에서 한 학생이 본교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학교 이름을 바꾸어야 한다는 글을 읽은 기억이 있다. '국민체조', '국민복', '국민복권', '국민학교' 등 '국민'이라는 명칭이 너무 흔하고 값싼 느낌을 주니, 본교도 그런 이미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 주장의 골자다. 학교에 대한 그 학생의 애착은 높이 살 만하지만, 그야말로 호박에 줄을 그어 수박으로 둔갑시키자는 꼴이다.
'국민'이라는 이름 속에는 여러 가지 뜻이 담겨있다. 한국전쟁으로 서울이 점령되자 그 심장부인 중앙청에서 지척에 있었던 본교는 인민군에 의해 '인민대학'으로 강제로 이름이 바뀐 적도 있다. 그들은 '국민'을 사회주의식 명칭인 '인민'과 같은 뜻으로 받아들였던 것이다. 90년대 중반 전국의 '국민학교'를 '초등학교'로 명칭을 고쳤다. 일제는 조선의 어린 학생들을 교육시켜 천황폐하에 충성하는 사람, 즉 '황국신민'(皇國臣民)으로 만들자는 뜻에서 위의 단어에서 두 글자를 따서 소학교를 '국민' 학교로 고쳤다. 그런 고약한 이름을 초등학교로 바꾸는데 자그마치 50여 년의 긴 시간이 걸렸다.
'국민'의 또 다른 뜻은 바로 본교의 이름에 담긴 뜻이다. 해방 후 임시정부 인사들은 새로운 국가 건설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고자 본교를 설립했다. 장차 국가와 백성에게 유익한 일을 할 '국리민복'(國利民福)의 인재를 양성하자는 뜻에서 '국민'이라는 명칭을 사용했던 것이다. 또 당시 미 군정이 '국립' 대학을 설립하려 하자, 미국이 아니라 우리 국민의 이름으로 대학을 설립하자는 해방정국 민족지도자의 소박하면서도 원대한 뜻도 담겨있다.
이쯤 되면 '국민'이라는 이름 속에 값싼 이미지도, 제국주의의 야욕이 들어갈 여지가 없다. 세상은 많이 바뀌어 지난 대선에서는 유력한 정당들이 '국민회의', '국민신당', '국민승리21' 등 국민이라는 이름을 앞 다투어 정당 명칭으로 내걸었다. 그런가 하면 각 분야에서 국내 최고 수준의 경지에 오른 것을 두고 '국민타자', '국민가수', '국민가요' 등으로 부르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그렇다면 '국민대학' 역시 한국을 대표하는 대학이라는 또 다른 뜻으로 우리 인구에 회자될 날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필자만의 꿈일까? '꿈은 이루어진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내실을 채우려는 노력이 따르지 않는 꿈은 몽상에 불과하다. 하찮은 이름이라도 노력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새로운 이미지를 창출할 수 있듯이 높고 원대한 뜻을 담고 있는 국민대학이야말로 노력만 한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의 격이 되지 않겠는가?
박종기(국사학과) 교수 / ≪국민대학보≫ 2002-09-16
원문 보기 — 이 서술의 근거
현행 사이버역사관 원문: https://kmuhistory.kookmin.ac.kr/history/1946_1958/view